서핑을 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서퍼분들을 보면서 느낀 “서핑을 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서핑을 사랑하는 대부분의 서퍼분들은 서핑의 장점을 말해보라면 정말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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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서핑에 빠져지내다 보면 서핑을 하면서 잃는 것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거겠죠.

 

먼저 서핑을 하면서 얻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할만한 것들만 얘기해보겠습니다.

첫째, 삶에 대한 자질구레하고 불필요한 걱정들이 적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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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을 하면서 넓디 넓은 바다의 품에 안겨 파도를 기다리다 보면 정말 마술처럼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내가 왜 그런 쓸대 없고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지…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다라는 거대한 대자연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서퍼들만의 사고 방식인 것 같습니다.

 

둘째,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서핑은 보기보다 훨씬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입니다.

저의 경우 수년동안 수영/테니스/웨이트트레이닝을 배웠지만 서핑을 할 때만큼 근육통이 심하고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만큼 서핑이 힘든 운동이고 이런 힘든 운동을 한달에 단 며칠이라도 주기적으로 하게되면

몇 달 뒤에는 자기도 모르게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서핑에 빠지게 되면서 더 서핑을 잘 하기 위해서 평소에 안하던 몸 관리를 하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저도 마찮가지로 서핑을 시작한 후에 서핑을 더 잘하기 위해 체중관리도 하고 이 전에는 생각도 안해보던 요가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몸이 건강해짐에 따라 자신감도 충만해지고 마음의 건강도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셋째, 쿨한 사람들과의 인맥이 생깁니다.

제가 한국에서 서핑을 하며 만난 (서핑을 진정 즐기는) 서퍼분들을 보면 다들 참 쿨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위에 제가 말한 것처럼 바다와 파도가 그렇게 사람을 바꿔놓은 거겠죠.

학교나 사회에서 자주 만나는 쪼잔하고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서핑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이런 쿨한 서퍼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인맥은 지친 일상의 또 다른 힘이 되어 줍니다.

 

넷째, 주중에 주말의 파도를 기다리며 로또와 같은 삶의 활력소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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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로또가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독약과 같이 치명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니까요.

주중에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파도차트를 봤는데 주말에 파도가 있습니다. 일주일 뒤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설레기 시작하고 흥분됩니다. 지금 받는 스트레스는  주말에 서핑을 하면서 다 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어떨 때는 파도차트에 파도가 있었다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또 엄청난 우울함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정말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게 바로 이 파도입니다.

 

다섯째, 뭔가 색다른 걸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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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은 아직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익숙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에게 주말에 서핑을 하러 다닌다고 하면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호감을 보입니다.

괜히 우쭐하며 이것저것 설명해주면 더욱 더 호기심을 보이며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 봅니다.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못 하는걸 나는 하는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 기분 좋은 일입니다.

 

 

자, 장점은 이 정도로 줄이고…서핑에 빠지게 될 때의 단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첫째, 서핑 외에 다른 것에 흥미를 잃게 되고 삶이 서핑 위주로 바뀝니다.

저를 포함, 서핑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서핑 이외의 것에 크게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잘 없습니다.

이 전에 몇년동안 가졌던 취미나 습관도 서핑을 시작한 이후로 그만 두는 사람도 많이 있구요.
(서퍼분들 중 스노우보드 10년 이상 타다가 서핑 시작한 뒤로 안 타시는 분들 참 많이 봤습니다.ㅎㅎ)

서핑이 너무나 중독성이 강하고 재밌기 때문인거겠죠.

뿐만 아니라 가족 여행이든 커플 여행이든 홀로 여행이든 예전에는 산으로도 가고 냇가로도 가고 이것 저것 많이 보러 다녔지만 서핑에 빠진 후로는 그런 곳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일단은 파도를 먼저 확인하고 파도가 있으면 당연히 바다로 달려 갑니다. 파도가 없다면 파도가 있는 해외여행도 한번 고려해봅니다. 물론 해외여행을 갈 때도 파도가 없는 곳은 고려 대상이 안 되겠죠.

모든 것이 서핑 중심이 되고 무엇을 하든 먼저 서핑을 1순위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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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피부가 예전같지 않아집니다.

서퍼들을 위한 좋은 선블락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특히 강한 파도에도 잘 안지워지는 강력한 선블락도 있구요.

하지만 오랫동안 서핑을 하다보면 아무리 이렇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특정 부위(웻수트 선)만 태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핑을 처음하면 이게 많이 신경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서핑하신 분들 중 날씨 좋고 파도 좋은 날 피부 때문에 서핑 안 한다는 분은 아직 못봤습니다.

저도 처음 1-2년은 참 신경 많이 썼는데 이제는 많이 무덤덤해졌습니다. 요새는 2~3시간에 한번 간격으로 다시 선블락을 발라 줍니다. 그래도 햇빛 강한 곳에서 서핑하면 참 많이 탑니다.ㅎ
(믿거나 말거나 저도 대학 신입생 때는 꽃미남 소리 자주 들었는데 말이죠.?????????????)

피부에 아무리 신경써도 피부가 거칠어지고 피부톤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고 전혀 관리를 안 하면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최소한의 관리는 반드시 해주시길.

 

셋째,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게 어려워집니다.

대부분의 한국에서 서핑하시는 분들은 주말서퍼 입니다. 주말 밖에 서핑을 못하는데 주말에 파도가 오면 당연히 서핑하러 가야죠..이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서퍼 외의 사람을 만날 시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동해나 서해에 파도가 없는 주말에는 서울 분들 중 주말 서핑만을 위해 부산/제주도를 다녀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 여름에 거의 격주로 제주도에 다녀오시는 서울 분도 있어요. 대단하죠. 한 여름은 동해에 파도가 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서핑을 하다보면 서퍼들과 친해지고 서핑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생겨서 서핑 외 얘기거리에는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파도가 없는 주말에도 자연스레 서퍼들을 만나는 날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보면 언제나 연락하는 사람들이 다 서퍼들입니다.

서퍼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면 되지 그게 무슨 걱정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하지만…

문제는 진지하게 이성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거죠.

제 주위 서퍼분들 보면 노총각 분들…참 많이 있습니다.

어디하나 빠지는 것 없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누굴 만나는 걸 어려워 합니다. 서핑이 인생의 1순위이기 때문이죠. 서핑에 빠지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됩니다.ㅎㅎ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서핑을 하는 이성을 만나는 거겠죠?

관심사도 같고 주말마다 서핑하면서 데이트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워가면서 서핑하고 그러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저도 서핑하는 분은 만나보지 못해서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네요.ㅎㅎ참 부럽긴 합니다.)

국내 서퍼 사이에도 서핑을 통해 맺어지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까지 한분들도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서핑을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인맥을 좁게 만들어서 5년, 10년 뒤에 후회할 일은 안 만드는 것이 좋겠죠?

 

넷째, 돈 모으는게 어려워집니다.

자기 자신을 서퍼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로 서핑에 대한 자신감과 경력이 생기면 “파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 인생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서퍼는 언제나 파도에 목말라 있기에 매일 같이 타도 부족할 파도인데 가끔 주말에만 타면서 몇 달간 지내면 정말 숨이 막힐 듯이 답답합니다. 물 밖에 나와있는 물고기가 이런 느낌일까요?ㅎㅎ

시간 날 때마다 파도가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서퍼의 운명이죠.

그리고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국내/국외 여행을 하다보면 돈 모으기가 참 어려워집니다.
(물론 이 정도 소비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들도 있겠죠? 저도 그런 분들 중 하나였으면 좋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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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서핑에 깊이 빠지는 경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위에 제가 언급한 단점들만 모아서 그 멋진 “서퍼”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볼까요?

 -서핑 외에 다른 것들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 대화하기가 참 어려워요. 근데 서핑 얘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합니다. 피부도 참 까무잡잡하니 어디 깡촌에서 올라온 애처럼 생겼는데다가 인간관계는 정말 단조롭고 주말만 되면 “중요한” 모임에는 안 나오고 몇 시간이나 운전해서 바다로 떠납니다. 시간날 때마다 떠날 생각이나 해서 큰 돈을 모으거나 어디 정착하질 못합니다. 

어떤 모습의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아래처럼 생긴 사람 아닌가요?(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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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나요? 
(물론 사회적 성공 이라는게 참 애매한 단어이긴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서핑을 할 생각도 없고 시간에 쫓겨 서핑이라는 멋진 스포츠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서핑에 이미 푹 빠져버린 사람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이라는 가치 보다 “행복한 삶” 이라는 가치를 훨씬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구요.ㅎㅎ)

이렇듯 남들과는 다른 가치를 우선시 하는 서퍼들이기에 서퍼들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보기도 어려운 거겠죠? 

물론, 서핑을 좋아하는 여러분들이 모두 사회적 패배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성공도 이루고 서핑도 즐기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퍼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사회적으로 “대성”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롭고 남들과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게 바로 서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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